래빗인더문 (Rabbit in the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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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지구는 낙원이었다.

모든 하늘의 새와 바다의 어족과 들판의 짐승들이 고통도 근심도 없이 신의 질서 아래 평화롭게 살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신의 총애를 받는 인간족이 세상을 조금씩 지배하기 시작했고, 신의 형상을 하고 있었던 인간들은 프로메테우스로 부터 불을 받아 찬란한 문명을 꽃피울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 아름다운 여인 판도라가 판도라의 상자를 하사 받기에 이른다. 판도라의 상자에는 증오,질투,분노,질병,노화 등의 재앙이 담겨 있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인간을 편애한다는 의혹을 피하고자 만들어진 말일 뿐, 판도라의 상자에는 다른 종족을 다스릴 수 있는 지혜와 시간을 제어하는 힘이 들어 있었다. 세상을 다스리는 것이 귀찮았던 신들이 가장 충성스러운 종족이었던 인간에게 세계의 통치권을 넘겨준 것이다.

하지만 인간들은 신의 기대와는 달랐다. 커진 힘의 크기만큼 욕망을 갖게 되었고 그 욕망은 다른 종족들을 살육하기 시작했다. 가장 지혜로웠던 종족인 켈베로스족, 미노타족 그리고 토끼족이 맹렬히 저항하였으나 종국에는 인간의 노예가축으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게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간의 지배력은 강해졌고 다른 종족들은 문명을 잃은 채 짐승의 모습으로 진화해갔다.

하지만 토끼족의 수장이었던 달토는 멈추지 않고 올림포스를 오가며 저항군 활동을 이어갔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여신 아프로디테의 조언에 따라, 달빛조차 없는 월식이 일어나던 어느 날 밤 인간들의 소굴에 침투하여 판도라의 상자를 탈취하는데 성공한 달토는 결국 상자의 위대한 힘을 이용하여 모든 종족을 해방시킨다. 각 종족은 빠르게 원래의 모습을 찾아갔다.

인간의 시대가 끝나고 평화가 찾아올 것 같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억눌려왔던 종족들이 인간족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피의 숙청이 이루어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인간이 물러간 이후였다. 인간을 향했던 분노는 종족의 욕망으로 변질되어 있었고 하루가 멀다 하고 종족간의 전쟁이 벌어졌다. 바야흐로 세계가 대전쟁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신들은 격노하였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주동자로 달토가 지목되었다. 판도라의 상자가 탈취당하던 날 자리를 비웠던 아르테미스는 특히 자존심이 상해 있던 차였다. 결국 달토는 아르테미스에 의해 달의 뒷면에 영원히 갇히는 저주를 받게 된다. 문제의 판도라의 상자는 수거되어 죽음의 신 아누비스에게 인계된다. 이계의 신으로 죽음만을 공평하게 관장하였던 중립지대의 아누비스가 적임자로 지목된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자기탓이라 생각하고 실의에 빠져 있던 달토를 지켜보아 왔던 아누비스는 달토가 달에 유폐되기 전 조그만 큐브형태로 변형시킨 판도라의 상자를 건네준다. 상자의 힘을 사용하면 즉시 탈출할 수 있었지만 또 다시 거대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 달토는 오래도록 상자를 사용하지 않고 달 뒷면에 갇혀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달토는 마침내 탈출을 감행한다.
이 이야기는 여기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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